금오도 살인 혐의 무죄

금오도 사건에 대한 판결이 얼마 전에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의 죄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보험금때문이었습니다. 즉,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아내를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니냐하는 의심이었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지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살인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겁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 사건의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공소사실의 요지

 

주위적 공소사실 - 살인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여 보험금을 수령할 것을 마음먹고 피해자에 접근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피해자 사망시 합계 11 억 5,000만 원 내지 12억 5,000만 원이 지급되는 보험상품에 가입하게 하고 피해자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받는 보험수익자를 피고인으로 변경하게 한 후(같은 해 12. 10. 피해자와 혼인신고), 2018. 12. 31. 해돋이를 보러 가자며 피해자와 함께 여수시 남면 금오도로 들어가 같은 날 22:00경 미리 물색해 둔 직포선착장 방파제 끝부분 경사로가 시작되는 곳에 승용차를 주차하여 피해자와 함께 차 안에 있다가 민박집으로 돌아가자며 차량 을 후진하다 추락방지용 난간을 충격하고는 이를 확인한다는 핑계로 변속기를 중립 상태에 두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채 혼자 하차한 다음, 피해자 혼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승용차를 밀어 선착장 방파제의 경사면을 따라 바다에 추락시키고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아니하여 같은 날 23:00경 피해자를 익사로 사망하게 하였음(출처: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원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위와 같이 후진 중 추락방지용 난간을 충격하고 정차 및 하차하면서 사이드 브레이 크를 잠그고 변속기를 주차 상태에 두는 등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고 변속기를 중립 상태에 둔 채로 하차하여 승용차가 경사로를 따라 굴러내려 가 바다에 추 락하도록 함으로써 탑승하고 있던 피해자가 익사로 사망하게 하였음(출처: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이 사건의 진행 과정 

 

제 1심에서는 이 사건의 살인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졌었습니다. 그 결과 무기징역형이 선고됐었는데요,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밀지 않고서는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가만히 있던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차량을 밀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2심은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변속기 중립-사이드 브레이크 미인가 상태로 정차할 경우 상당시간 동종 승용차가 정차하나 그 상태에서 조수석 탑승자가 상체를 움직이자 승용차가 앞으로 굴러가는 지점(이른바 ‘임계 지점’)이 발견되는 등 피고인이 밀지 않고서는 이 사건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할리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게다가 범죄동기에 있어서도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로 인하여 피해자를 살인할 동기가 형성되었으리라는 점을 수긍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가만히 있던 차량을 움직이게 한 요인으로 피고인의 외력밖에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으나, 2심에서는 법관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검증해본바 피고인의 외력 이외에 피해자의 움직임으로도 가만히 있던 차량이 움직일 수 있는 사정이 인정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법관으로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영원히 가두어 버릴 수 있는 살인죄 인정에 있어서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확고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에게는 살인죄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다만, 차량이 정차한 곳이 선착장 경사로 부근으로서 이와 같은 곳에 차를 정차하는 것은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하여 이와 같은 과실위반에 대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금고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 모두를 기각했습니다. 즉,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심이 판결했던 내용대로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는 원심 내용대로 금고 3년을 확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어째서 원심의 판단이 옳았다고 보았을까요??... 다음의 내용을 보시겠습니다. 

 

 

대법원이 원심판결이 옳다고 판단한 근거 

 

1) 피해자가 이 사건 2개월여 전에 피고인의 권유로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함으로써 피해자 사망 시에 지급될 보험금이 피해자 종전 가입 보험(3억 7,000만 원 내지 3억 7,500만 원) 대비 대폭 늘어난 합계 11억 5,000만 원 내지 12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점, 이 사건 10여 일 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권유로 가입한 보험계약의 수익자가 모두 피고인으로 변경된 점, 이 사건 승용차의 변속기가 중립 상태에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은 상태였던 점 등 의심스러운 사정은 있음


2)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만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뒤에서 밀어 바다로 추락시켰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직접적 증거가 없는 점, 이른바 ‘임계지점’의 존재가 확인되어 변속기나 사이드 브레이크의 상태로부터 살인의 고의를 추단할 수도 없는 점, 위와 같은 임계지점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현장 사정상 그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향으로 승용차를 정차하기 어려워 임계지점에 정차하는 방법으로 범행 여건을 인위적·의도적으로 조성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해자의 신체 유류물과 방파제 추락방지용 난간에서 발견된 충격흔이 피고인의 변명에 부합하는 등 피고인이 당황하여 변속기 조작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의 평소 보험 가입 행태에 비추어 사망 시에 지급되는 보험금 금액을 높인 것이 반드시 살인의 고의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보험수익자 재변경 경위 및 동영상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확인되는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태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보험수익자 변경을 요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까지 더하여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움 (출처: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판결 소개를 마무리하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 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 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대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는 판례 법리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리는 단순한 법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헌법에 그 근거를 둔 피고인의 방어권과 인권보장을 위한 형사법상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언론보도만을 통해 위 사건을 접하고 상당히 분노하였었는데요, 위 판결내용을 읽고서는 왜 위와 같은 판결이 내려졌는지 수긍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위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의심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수사기관에서 법관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의심을 털어낼 정도로 조금 더 치밀한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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