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잠금해제 판결

애플 아이폰 제품의 보안이 철저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본인의 아이패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이를 알아내기 위해 민사소송까지 진행했던 사건이 있었던 걸 아시나요??...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사건에 대해서 한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우선 기초사실관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초사실

가. 피고(애플 코리아)는 이 사건 아이패드를 제조·판매한 회사로서, 이 사건 아이패드에 사용자 가 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에만 기기가 활성화되도록 잠금 및 잠금해제 기능을 설정하였다.

나. 피고는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① Apple ID 계정 페이지에서 사용 자가 미리 설정해 둔 보안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는 절차 및 ② 사용자 본인이 기기를 구매하였다는 내용과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하 면 피고가 이를 확인한 후 서비스센터를 통하여 잠금을 해제해 주는 절차를 각 마련해 두고 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 사용설명서에 ‘Apple ID를 찾을 수 없거나 암호를 재설정할 수 없으면 계정에 접근할 수 없으며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다시 활성화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Apple ID 계정 페이지에 접속하여 계정 정보를 확인하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고, 홈페이지에 ‘사용자는 신원을 확인한 후 Apple ID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라. 원고는 2018년경 피고에게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① 원고가 Apple ID 및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②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원고 명의의 구매영수증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03.29 2018가합555404).

 

위 사안을 정리해보면, 사안의 원고는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는 아이패드의 Apple ID 및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것을 애플코리아 측에 요구하였습니다.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경우 잠금을 해제해줌으로써 사용자가 다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애플 코리아 측의 계약상, 신의칙상의 의무라고 주장한 겁니다. 이에 대해서 피고 애플 코리아는 사용자의 신원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서 잠금을 해제하여 준다고 공지하였으므로 이 공지를 이행하는 것 역시 자신들의 의무이기에 사용자의 신원 확인이 안된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은 해제하여 줄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사안의 쟁점들은 무엇인가??... 

 

이 사건의 경우에는 크게 세가지 부분이 쟁점이 됐습니다. 첫번째는 애플 코리아가 제조물 책임법상의 책임을 부담하는지, 두번째는 아이패드의 비밀번호를 해제하여 줄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지, 세번째는 민법상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상 피고 애플 코리아 측에 비밀번호를 해제여 줄 의무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제조물 책임법상의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대해서

 

1) 제조물 책임법 제1조는 “이 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제조 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도모하고 국민생활의 안전 향상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2호는 “‘결함’이란 해당 제조물에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조상·설계상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가. ‘제조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하여 제조상·가공상 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나.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代替設計)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다.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여 이 사건 아이패드가 비활성화 상태가 된 것이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로서 이 사건 아이패드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03.29 2018가합555404).

 

2000년도에 제조물책임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서는 제조업자 등이 무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아이패드 역시 제조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위 사안에도 위 법 적용을 원고측에서는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제조물 책임법상의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제조된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인정되어야 하는데요, 법원은 사용자가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게 돼서 아이패드가 비활성화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 제조물 책임법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함의 개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하여 애플 코리아 측의 제조물 책임법상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계약상의 의무로써 잠금해제를 해줄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1) 매매계약상 의무
원고가 근무하였던 회사에서 2011. 12. 30. 이 사건 아이패드와 같은 기종인 아이 패드 3대를 구매하여 원고를 포함한 소속 직원들에게 교부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인정사실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를 매수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계약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2) Apple 서비스 이용 계약상 의무
가) 피고가 제출한 Apple 미디어 서비스 이용약관에 의하면 피고는 위 약관에 동의한 소비자들과 Apple 서비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나, 원고가 위 약관에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Apple 서비스 이용 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나) 설령 원고가 위 약관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위 약관은 Apple 서비스에 관한 이용계약일 뿐 이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 상태를 해제하여 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03.29 2018가합555404).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그 계약의 내용에 따른 책임을 계약당사자는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위 사안의 경우에는 피고와 원고간에 아이패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계약체결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계약상 책임 인정 여부도 논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해서 

 

1) 신의칙상 의무의 존재
가) 피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사용설명서 및 피고 운영 홈페이지에 ① 사용자가 Apple ID 계정 페이지를 통하여 비밀번호 재설정 절차를 거치거나(이하 ‘①절차’라고 한다), ② 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서비스센터를 통하여 잠금을 해제해 준다고 안내하고 있으므로(이하 ‘②절차’라고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위 ① 혹은 ②절차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

나) 한편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기능은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기기 내 정보에 접근하여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취득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설계 되었고, 피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잠금을 해제하여 줄 경우 기기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위 ①, ②절차에 따라 잠금을 해제해 줄지 여부를 결정할 때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소유자임이 명확 하지 않은 자의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2) Apple ID 계정페이지를 통한 잠금해제 절차 피고는 원고에게 ①절차를 통해 소유자임을 입증할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원고가 Apple ID와 잠금 기능 설정 당시 사용자에 의해 입력된 이메일 주소의 힌트를 기억 하지 못하여 비밀번호를 재설정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①절차에 따라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3) 구매 관련 자료 확인을 통한 잠금해제 절차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원고가 제출한 증거 및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소유자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는 ②절차에 따라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03.29 2018가합555404).

 

민법 제2조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좆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과 관련된 사항 전반을 지배하는 원칙이기 때문에 이 사안에도 역시 적용되어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에서는 애플 코리아가 신의칙상의 의무로서 잠금을 해제하여야 줄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에게나 이런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자에게만 이 의무를 부담하는데, 원고에게는 자격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판례 소개를 마무리하며

결국 아이패드의 잠금해제를 이행하라는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고 말았습니다. 이 판결을 읽으면서 아이패드의 보안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애플회사의 아이폰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들이시라면 보안과 관련해서는 안심하셔도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비밀번호를 잊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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