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동산담보

배임죄 자체도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인데요, 여기에 동산담보라는 개념까지 나타나면 그 때는 자리를 피하고 싶어질 겁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동산담보설정계약위반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정리해보셨으면 합니다.

 

 

 

사건의 개요-판례번호 2019도14770(선고일자 2020년 8월 27일)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주식회사 ○○은행(이하 ‘○○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 ○은행과 이 사건 회사 소유의 레이저 가공기 2대(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를 포함 한 기계 17대에 대하여 동산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위 계약에 따라 ○○은행 이 그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동산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기계를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은행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쉽게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회사의 대표이사입니다. 돈이 필요했는지 상기의 은행과 대출 가능 여부를 논의했고 위 은행에서는 그냥은 대출이 힘들고 담보를 갖고 오라고 한 겁니다. 대표이사는 부동산이 아닌 동산에 속하는 레이저 가공기 등의 기계 17대를 담보로 은행에 제공하기로 설정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이 사건 기계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해버렸습니다. 이 처분행위가 위 은행에 대해서 배임행위에 해당되는지가 문제인 겁니다. 

 

배임죄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범죄를 범할 수 있는 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대해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 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 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서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대립적 계약관계를 넘어서는 서로간에 믿음에 기초한 재산보호,관리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안의 동산담보설정과 관련해서 설정계약 당사자인 대표이사와 은행간에 이런 믿음에 기초한 재산보호, 관리관계가 인정되는지가 이 사안의 핵심쟁점이 됩니다. 만약 이런 신뢰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이런 신뢰관계를 파괴한 대표이사에게는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신뢰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 사안은 무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배임죄를 범할 수 있는 신분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하 ‘동산채권담보법’이라 한다)에 따른 동산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동산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또는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 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0. 8. 27. 2019도14770).

 

결국 대법원은 담보에 제공된 동산을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설령 관련 법률인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또는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대표이사에게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 

 

 

 

판례를 정리하며

배임죄는 신분범입니다.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지위가 인정되어야 범죄성립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런데, 동산담보의 경우에는 이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무죄)는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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